외부 칼럼 [기호일보] 누가 사회복지사를 지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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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필자는 대학의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미래 우리나라 사회복지정책과 현장을 책임질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강의하며 진로 상담 및 지원도 열심히 하고 있다. 또 인천을 비롯한 지역사회 사회복지기관에 취업을 권하며 수업과 별개로 혹은 수업 일부로 지역 내 사회복지사 선생님을 초대해 현장 사례를 듣기도 하고, 기관 방문을 함께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사회와 현장을 더 알아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사회복지사의 현실을 다루는 보도와 보고서 등을 접하면서 과연 학생들에게 지역사회 기관으로 취업을 계속 권유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물론 사회복지사의 고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저임금, 고강도 업무, 고용 불안정, 모호한 업무 범위와 경계, 악성 민원과 함께 현장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윤리적 갈등은 사회복지사의 소진과 이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알려진 이런 어려움에도 여전히 많은 학생은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교수는 사회복지를 가르치며, 많은 사회복지사는 현장에서 열심히 지역사회와 주민을 위해 일한다. 즉, 사회복지사가 가진 소명감과 업무에서 얻는 보람과 기쁨, 사회와 사람의 변화를 끌어내는 매개자로서 그 역할에 매료돼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최근 발표한 2023년 사회복지사 통계연감 자료(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사회복지사 절반 이상은 스스로 자신의 신체적, 심리·정서적 건강이 나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사회복지사들이 폭력에 노출됐다는 점이다. 특히 직장 내 폭력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다. 통계연감 자료를 보면 사회복지사의 27%가 ‘부당한 업무 강요’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그밖에 ‘위협 또는 굴욕적 행동’(15.3%), ‘언어폭력’(11.1%), ‘회식 참여 강요’(9.6%) 등의 경험도 보고됐다. 주목할 점은 사회복지사의 3.2%가 직장 내 상사, 동료, 부하 직원에게 성희롱 및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보고한 것이다. 또 이보다는 적은 비율이지만 0.8%의 사회복지사는 신체적 폭력 피해 역시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다.
직장 내 폭력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사회복지사에게 조직과 동료 사회복지사의 지지와 지원은 고된 업무를 지속해 나가는 큰 힘이 되며, 종종 직면하게 되는 클라이언트의 폭언·폭행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 문제는 사회복지사를 보호하고 지지하며 지원해야 할 조직과 구성원이 또 다른 폭력 가해자가 된 경우다. 이런 경우 사회복지사는 누구를 믿고 의지하며 이런 폭력 피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최근 인천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여럿 발생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한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에 대한 성희롱·성추행 등 안타까운 사건이 연달아 보도되면서 사실상 그동안 방치됐던 사회복지사의 직장 내 폭력 피해에 관한 관심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문제는 여전히 사회복지사의 직장 내 폭력에 대한 뚜렷한 예방책도, 해결 방안도 없다는 것이다. 2023년 사회복지사 통계연감 자료에서도 이는 드러난다. 직장 내 폭력과 클라이언트 폭력을 경험한 사회복지사에게 대처 방법을 질문한 결과 ‘개인적으로 참고 넘겼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26%, ‘주변 동료에게 푸념하거나 하소연하고 넘겼다’ 40%, ‘직장 상사나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19%로 나타났다. 기관 내 고충처리위원회, 외부 단체, 변호사를 통한 법적 대응 등 적극적으로 대처한 사회복지사는 전체의 0.9%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해당 수치는 직장 내 폭력과 클라이언트에 의한 폭력을 모두 포함한 대응 방법에 대한 것이라 사실상 직장 내 폭력 피해 발생 시 사회복지사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전히 많은 사회복지사는 본인의 폭력 피해 경험에 대해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폭력 가해자 혹은 행위자가 기관장, 대표, 임원일 경우 사회복지사는 더욱 침묵하게 된다.
올해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조사’(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가 기관장, 대표 등이라 응답한 비율은 32%다. 기관장 및 대표와 같은 상급자에 의한 폭력 피해를 신고할 시 피해자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피해 사실이 조직 전체에 알려지게 될 수 있고, 종종 조직에서도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옹호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한다. 또 신고자에 대한 음해 등으로 2차 가해가 진행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제 신고로 이어지더라도 가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징계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폭력 가해 상황이 명백해 징계 처분이 결정되더라도 보통 일시적인 분리 혹은 짧은 기간의 정직으로 사건이 종결되기 때문에 사실상 직장은 더는 사회복지사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많은 사회복지사에게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곧 이길 수 없는 싸움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인천시와 인천사회복지협의회, 인천사회복지사협회, 사회복지시설 모두 사회복지사의 안전한 근로환경 조성과 피해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 물론 올해 처음으로 사회복지·돌봄시설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제1회 인천 복지정책 토론회가 개최됐고, 인천사회복지사협회도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노력과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어려운 현장을 지키며 우리 미래의 사회복지를 이끌어 가는 사회복지사들이 더욱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폭력뿐 아니라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괴롭힘, 차별을 예방하고 근절해야 한다. 누가 사회복지사를 지켜야 하는가? 누가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가? 이제 우리는 이에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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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http://www.kihoilbo.co.kr)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사회복지사의 현실을 다루는 보도와 보고서 등을 접하면서 과연 학생들에게 지역사회 기관으로 취업을 계속 권유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물론 사회복지사의 고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저임금, 고강도 업무, 고용 불안정, 모호한 업무 범위와 경계, 악성 민원과 함께 현장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윤리적 갈등은 사회복지사의 소진과 이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알려진 이런 어려움에도 여전히 많은 학생은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교수는 사회복지를 가르치며, 많은 사회복지사는 현장에서 열심히 지역사회와 주민을 위해 일한다. 즉, 사회복지사가 가진 소명감과 업무에서 얻는 보람과 기쁨, 사회와 사람의 변화를 끌어내는 매개자로서 그 역할에 매료돼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최근 발표한 2023년 사회복지사 통계연감 자료(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사회복지사 절반 이상은 스스로 자신의 신체적, 심리·정서적 건강이 나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사회복지사들이 폭력에 노출됐다는 점이다. 특히 직장 내 폭력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다. 통계연감 자료를 보면 사회복지사의 27%가 ‘부당한 업무 강요’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그밖에 ‘위협 또는 굴욕적 행동’(15.3%), ‘언어폭력’(11.1%), ‘회식 참여 강요’(9.6%) 등의 경험도 보고됐다. 주목할 점은 사회복지사의 3.2%가 직장 내 상사, 동료, 부하 직원에게 성희롱 및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보고한 것이다. 또 이보다는 적은 비율이지만 0.8%의 사회복지사는 신체적 폭력 피해 역시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다.
직장 내 폭력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사회복지사에게 조직과 동료 사회복지사의 지지와 지원은 고된 업무를 지속해 나가는 큰 힘이 되며, 종종 직면하게 되는 클라이언트의 폭언·폭행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 문제는 사회복지사를 보호하고 지지하며 지원해야 할 조직과 구성원이 또 다른 폭력 가해자가 된 경우다. 이런 경우 사회복지사는 누구를 믿고 의지하며 이런 폭력 피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최근 인천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여럿 발생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한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에 대한 성희롱·성추행 등 안타까운 사건이 연달아 보도되면서 사실상 그동안 방치됐던 사회복지사의 직장 내 폭력 피해에 관한 관심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문제는 여전히 사회복지사의 직장 내 폭력에 대한 뚜렷한 예방책도, 해결 방안도 없다는 것이다. 2023년 사회복지사 통계연감 자료에서도 이는 드러난다. 직장 내 폭력과 클라이언트 폭력을 경험한 사회복지사에게 대처 방법을 질문한 결과 ‘개인적으로 참고 넘겼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26%, ‘주변 동료에게 푸념하거나 하소연하고 넘겼다’ 40%, ‘직장 상사나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19%로 나타났다. 기관 내 고충처리위원회, 외부 단체, 변호사를 통한 법적 대응 등 적극적으로 대처한 사회복지사는 전체의 0.9%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해당 수치는 직장 내 폭력과 클라이언트에 의한 폭력을 모두 포함한 대응 방법에 대한 것이라 사실상 직장 내 폭력 피해 발생 시 사회복지사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전히 많은 사회복지사는 본인의 폭력 피해 경험에 대해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폭력 가해자 혹은 행위자가 기관장, 대표, 임원일 경우 사회복지사는 더욱 침묵하게 된다.
올해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조사’(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가 기관장, 대표 등이라 응답한 비율은 32%다. 기관장 및 대표와 같은 상급자에 의한 폭력 피해를 신고할 시 피해자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피해 사실이 조직 전체에 알려지게 될 수 있고, 종종 조직에서도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옹호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한다. 또 신고자에 대한 음해 등으로 2차 가해가 진행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제 신고로 이어지더라도 가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징계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폭력 가해 상황이 명백해 징계 처분이 결정되더라도 보통 일시적인 분리 혹은 짧은 기간의 정직으로 사건이 종결되기 때문에 사실상 직장은 더는 사회복지사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많은 사회복지사에게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곧 이길 수 없는 싸움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인천시와 인천사회복지협의회, 인천사회복지사협회, 사회복지시설 모두 사회복지사의 안전한 근로환경 조성과 피해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 물론 올해 처음으로 사회복지·돌봄시설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제1회 인천 복지정책 토론회가 개최됐고, 인천사회복지사협회도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노력과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어려운 현장을 지키며 우리 미래의 사회복지를 이끌어 가는 사회복지사들이 더욱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폭력뿐 아니라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괴롭힘, 차별을 예방하고 근절해야 한다. 누가 사회복지사를 지켜야 하는가? 누가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가? 이제 우리는 이에 응답해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출처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http://ww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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